* 「블랙 혼마루들 정화 사니와 & 임시 사니와 → 현 혼마루의 사니와」 로 왔다는 설정
* 검 → 사니
* 창작 사니와 (드림주)
* 아마 검들에 의한 사니와의 힐링물
카슈가 사니와를 돌보고 있을 때, 야만바기리는 이미 남사들이 모여있을 대련장에 향했다. 도착했을 때는 정말 고맙게도 야겐이 그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아마 꽤 오래 지났기 때문이겠지. 그녀가 있는 곳은 별채였고 이곳은 본채에서도 조금 바깥에 가까운 안쪽에 있는 곳이었으니까. 야만바기리가 들어가자 쏟아지는 질문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주인님은 괜찮은 건가? 아프다고 들었는데 많이 아픈 건가? 대부분 이런 내용으로 그들이 얼마나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지는 훤히 드러나는 질문들이었다. 당황한 야만바기리를 구해준 것은 이치고와 미카즈키였다.
"자자, 다들 그렇게 한 번에 물어보면 그가 곤란하잖니?"
"그래, 진정하려무나. 그도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온 것 같으니."
얌전히 돌아가는 검들을 보며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익숙하진 않으나 현재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것이 그 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앞에 섰다. 두어번 정도 입을 열었다 닫으며 무엇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가장 앞에서는 미카즈키가 츠루마루와 차를 마시며 괜찮다며, 천천히 말해도 된다는 듯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긴장이 풀렸지만. 일단 다들 야겐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현재 주인이 열이 많이 오른 상태다.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며 야만바기리는 이어 말했다.
"다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주인은 원래 그렇게 종종 아팠으니까. 카슈가 붙어 있겠다고 했으니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저기 저기,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괜찮은가요~?"
이마노츠루기였다. 아이의 옆에는 고코타이와 나마즈오 토시로, 미다레 토시로가 나란히 앉아 똑같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저리도 같은 표정을 지을 수가 있는지. 야만바기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처음 그녀가 아팠을 때 카슈가 설명해주었던 것을 그대로 읊어주기 위해서.
"......다른 혼마루를 정화하고 다니다보면 긴장과 동시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 탓에 컨디션이 좋지 못하게 되고, 그 상태로 일을 강행하다보면 어느순간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발열(発熱)로 인해 앓아 눕는다. ...라고 카슈가 예전에 설명해주었다. 이걸로 답이 됐을까."
"흠, 그렇다면 고도의 정신력 소모와 스트레스로 인한 몸살이라고 보면 되겠구나."
미카즈키가 가볍게 한 줄로 요약해주었다. 야만바기리는 아마 그것이 맞을 것이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대체로 단도들 사이에서 수근거림이 일어났다. 그 사이에는 협차(脇差)도 끼어 있었다. 타도(打刀)들 사이에서도, 몇 없는 태도(太刀)와 대태도(大太刀) 사이에서도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그럼 주인은 여태까지 계속 긴장을 하고 있던 상태였다는 소리인가? 호네바미가 손을 들고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아마 그렇겠지. 야만바기리 역시 가볍게 답했다.
"그럼 주인 군이 여태까지 방을 나오지 않는 것도?"
"그건 아마... 이전에 했던 일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야만바기리가 시선을 슬쩍 피하며 쇼쿠다이키리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다시 한 번 웅성거림이 크게 일었다. 대체 그 일이 무엇이었길래 방에서조차 결계를 치고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한 이가 딱 둘 뿐인 것인가. 그런 생각이 확 들었다. 큰 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야만바기리 대신, 야겐이 큰 소리로 그들을 집중시켰다. 아마 우리를 여기에 모은 것도 그거에 대한 설명을 해주려고 모은 것이겠지! 집중해! 단도인 탓에 살짝 작아보이는 키 대신, 역시나 그답게 굉장히 박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고맙다는 듯 야겐을 향해 고개를 살짝 까딱거리고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주인이 이전에 하던 일은 다른 혼마루의 정화를 담당하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새 주인이 올 때까지 그곳을 지키는 임시 주인의 역할도 했었지. 카슈는 종종 누군지 모를 이들을 '그 녀석들'이라 칭하며 꽤 화를 냈었지. 아마 주인이 그 일을 하게 된 것도 '그들'의 원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현 주인이 그런 일을 했었다는 충격인지, 그런 일을 하는 사니와가 있다는 충격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충격 탓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드물게 미카즈키와 이치고, 츠루마루마저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야겐 역시 마찬가지였고. 야만바기리는 작게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이어 말했다. 자신이 현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나는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아시카가 성주 나가오 아키나가의 의뢰로 만들어진 칼이다. ......야만바기리를 본떠서 말이지."
"응, 알고 있어. 어서와, 야만바기리. 사실 슬슬 카슈 혼자서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 중이었거든."
주인은 나를 현현시켰을 당시 조차도 단도 하나 없었다. 있었던 것은 초기도인 카슈 키요미츠 뿐이었지. 그것이 조금 신경쓰여 그 날 그에게 주인이 자고 있을 때 물어보았다. 주인에게는 어째서 단도가 하나도 없느냐, 고. 알고 있기로는 초기도와 단도, 총 두 자루의 검이 기본적으로 배정되었을 것이 당연할 터인데 단도가 없었으니까. 카슈는 나를 방 밖으로 끌고 나가 답해주었다. 그 때는 전혀 몰랐지. 그런 질문이 주인에게 있어서 큰 상처가 될 줄은.
"주인은 원래 협차 한 자루, 단도 한 자루를 갖고 있었어. 나를 포함해서 총 세 자루. 다 부러졌어. 나 빼고. 그러니까 이름이..."
고코타이와 닛카리 아오에. 그 둘이라고 답해주었다. 그 둘이 현현한 것이 하필이면 임무를 받기 직전이었기에 현현을 하자마자 임무에 뛰어들었다더군. 당연히 그곳 역시 주인의 정화하는 영력이 필요한 혼마루였고. 그곳의 검들은 주인이 잘 때 즈음, 주인을 노리고 몰래 침입했었다. 그것을 막느라 그 둘이 파괴되었다...고 그가 말해주었지. 그들을 부러트린 검은 아마... 호리카와 쿠니히로. 였다고 들었다. 카슈는 아직도 그 날의 주인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더군. 평소에 밤에 암살 위협을 받는 것은 일상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두려움을 보이지 않던 주인이 그 때만큼은 감정을 얼굴에 한 눈에 드러나게 담았기에 잊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지.
그는 자신이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은 또 오랜만이라 생각하며 눈을 잠시 감았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코타이는 거의 단도들에게 둘러싸여 끌어안겨 있었고 닛카리는 이시키리마루에게 토닥임을 받고 있었다. 호리카와는 이즈미노카미에게 거의 안겨있다시피 있었고. 야만바기리는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인상이 좋았던 주인이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슬퍼해줄 이유가 있는 것인가. 자신이나 카슈라면 오랜 기간동안 함께 했었으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다시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알았으니까 주인 앞에서 그런 소리는 하면 안 된다, 너?"
"...당연한 것을."
아마 단도와 협차가 파괴된 이후로 주인은 악몽을 심하게 꾸는 듯 했다. 그럴 때면 카슈가 주인의 손을 잡고, 괜찮다고 말해주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악몽을 아예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카슈에게 듣기로는 꽤 많은 혼마루들이 주인의 손에 의해 정화되었다고 하더군. 그 중에는 전 주인의 시체가 그대로 남아있는 혼마루, 파괴 직전인 오염도가 심각한 검들이 남아있던 혼마루, 그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있는 혼마루 등. 그 중에는 이곳에 있는 동소체도, 나의 동소체도, 카슈, 그리고 이곳에 아직 현현하지 않은 검들의 동소체가 있는 곳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그들은 주인을 공격했다. 도검들의 정화가 끝나면 주인은 스스로의 상처를 치료할 틈도 없이 임시 주인의 일을 처리해나갔다. 그러다가 쓰러지면 내가 본 것으로는 최소 이틀에서 나흘 정도는 쓰러져서 일어나질 않더군. 카슈의 말로는 일주일동안 일어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주인이 눈을 가리고 있어서 나는 본 적이 없지만 우연히 본 적이 있는 카슈는... 인간들 사이에 있었을 적에 상당히 고생했을 것 같다더군.
"너는 주인의 나이를 아는가?"
"응? 주인 나이는 왜?"
"...너무, 어린 것 같기에. 걱정이 되어서...... 뭐냐, 그 눈은. 나같은 사본의 걱정은 필요 없다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헤에... 확실히 그렇네. 주인은 인간들로 치면 이제 막 성인의 범주에 들어갔으니까. 아, 그래도 너 올 때도 성인이었다?"
우리는 몇 세기 전에 만들어진 검들이기에 나이는 주인보다 많겠지만 주인은 엄연히 인간들 사이에서는 성인의 나이를 갖고 있다. 내가 주인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 때도 주인은 성인의 나이였다. 다만 카슈는
"그게 무슨...?"
"음... 아. 내가 처음 주인 앞에 현현했을 때는 주인은 그 때 혼자 이 일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성인의 범주에 들어가기 전이었어. 1...5이었나...?"
"뭐......?"
"정말이야. 거짓말 하나도 안 섞은."
나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사실 그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건... 사본인 나보다 감정이라는 것을 듸욱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겠지.
야만바기리는 숨을 다시 고르게 내쉬었다. 그렇다면 주인은 우리에게 두려움이란 감정을 갖고 있겠구나. 감수성이 풍부한 도검들의 훌쩍임 소리 사이로 미카즈키의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맞아. 하고 가벼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키요미츠!"
"카슈. 주인은?"
"여, 야스사다. 지금 주인은 드물게 악몽 없이 자는 중."
드물군. 이곳에 온 뒤로 처음 아닌가? 맞아. 처음이야. 야만바기리와 카슈(야스사다를 안고 있었다. 아마 훌쩍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를 담은 한숨이었다. 야만바기리는 머리에 쓰고 있는 모포를 푹 눌러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슈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다, 그가 어딜 가려는 것인지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 난 주인 곁에 가보도록 하지."
"나머지는 맡겨줘. 이래보여도 주인 곁에 있던 걸로는 최고참이니까."
야만바기리가 나가자 카슈에게 질문이 들이닥쳤다. 으아아, 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카슈를 대신해 최고령이던 미카즈키는 천천히 질문하라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답한 질문은 야스사다의 질문이었다.
"주인은 정말 이제 막 성인인 거야?"
"응. 내가 현현했을 때는 15라고 했었으니까. 그 녀석들하고 혼자 싸우고 있는 콘노스케의 말로는 그 전에는 혼자 했다고 하던데."
그 녀석들이 누구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카슈를 바라보았다. 어... 하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괜찮겠지. 야만바기리에게 말하지 말라는 주명이었고. 하고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흠. 하고 잠깐의 헛기침 후, 말을 이었다.
"너희도 전 주인이 있었으니까 들어는 봤을 거야. '시간 정부'. 어린 주인을 데려와서 교육을 시키고 사니와로 만든 것이 그 녀석들. 그리고 주인이 현재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
심적으로 쉴 틈 조차 주어지지 않고 임시 주인 직이 끝나면 바로 다른 혼마루의 정화로 그녀를 돌리기 바빴다. 실적이 좋아 쌓인 돈은 많았지만 어릴 적에 끌려왔기에 사니와 교육만을 받고 자란 그녀가 돈을 쓰거나 하는 방법 따위 알 리가 없었다. 알고 있다고 해도... 쓸 시간이 그녀에게 과연 있었을까.
"그리고 아까 것에 덧붙이자면, 주인은 너희를 무서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도검이 무서운 거야. 그게 그 소리인가? 주인과 우리가 만난 새 도검들은 항상 우리를 공격했지. 알다시피 사니와에 대한 반감이 컸으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주인이 상처를 좀 많이 받았어. "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카슈의 목소리는 침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카슈의 품을 나와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야스사다의 얼굴은 다시 울상이 되어있었다. 미카즈키는 주변의 어린 도검을 달래고 있었고, 이치고는 동생들을 달래고 있었다. 그들은 저들을 피하는 것이 단순히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자신들이 더욱 열심히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막연한 생각이었을 뿐이라는 것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카슈는 침울해진 그들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도 이런 녀석들이라는 걸 알아주면 좋을텐데. 뱌라서는 안 되는 소원이 둥실 떠올랐다. 다만 침착하게 몇 자루를 골라냈다.
"고코타이랑 닛카리, 호리카와는 당분간 주인 곁에 가지 않는 게 좋아. 너희 보면 주인은 괴로워 할테니까. 너네탓이 아닌 건 주인이 누구보다 잘 알아. 다만... 심리적인 문제인 거지."
침울해하는 셋의 모습에 괜찮아질 거라며 카슈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들 중 그녀를 가장 걱정하는 것은 카슈일 것을 다들 알기에 그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카슈는 이어, 야스사다를 보며 약간의 부탁같은 말하였다. 어딘가, 조금은 미안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것은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주인을 위해서. 라는 이유로 자신의 소꿉친구와도 같은 이에게 상처 받을지도 모르는 말을 해야 했으니까.
"야스사다는... 한동안 나랑 같이 다닐래? 나랑 같이 있으면 주인도 안심하고 너랑 만나줄 수도 있고."
"나는 상관 없어!"
의외로 야스사다는 밝게 웃으며 동의해주었다. 그 모습에 카슈는 살짝 안심하기까지 했다. 이유를 묻는다면 답해주지 못할 것은 없지만 여린 저 친우가 상처받을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동소체는 많지만 이곳의 도검들은 다들 한 자루 씩이었기에 야스사다 역시 한 자루였다. 그랬기에 오히려 더 잘 알 수 있었다. 카슈는 이후, "내가 여기서 제일 신입이라 잘 모르겠는데 식사라면 주인 것은 당분간 죽으로 해줘." 하고 부탁하고는 겨우 죽 안 먹어도 될 것 같았는데.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부터 몸이 좋지 않았기에 죽을 시도때도 없이 먹었지만 이제야 조금 괜찮은 것 같아 식사를 주려 했더니 다시 죽으로 돌아와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숨 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작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몇가지를 꼽아보더니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미카즈키 무네치카, 츠루마루 쿠니나가, 이치고히토후리. 세 자루는 가끔이라도 좋으니 주인한테 가서 말 동무 좀 해줘. 물~론!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검은 나지만! 셋도 꽤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 근데..."
"음?"
이야기 해야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듯 보이는 그를 보며 미카즈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를 재촉한 것은 츠루마루였고. 뭔데? 얼른 말해달라는 듯 빤히 바라보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해주었다. 주인이 처음에는 답을 아예 안 할지도 몰라. 그래도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해줘. 일방적으로 전하는 이야기라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살짝 미안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주인이 받은 상처로 인해 그들이 상처받을 것을 염려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인이 그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든 견뎌낼 생각이었다. 다만 주인의 상처가 그들이 입힌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어떻게 입은지를 몰랐으니,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할지를 몰랐다. 별 수 없었다. 서로 지내온 환경이 달랐으니까. 이제 막 그 한 걸음을 내딛은 것에 불과했다. 그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듣고 있었다.
"저기, 그럼 다른 녀석들은 아예 데리고 가면 안 되나?"
츠루마루였다. 아마 익숙해지고 나면 인원 몇을 데리고 이야기를 나누러 갈 생각인 듯 보였다. 카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주인이 셋에 완전히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괜찮을 거라 생각해." 하고 답해주었다. 츠루마루는 밝게 웃으며 고맙다며 답하였고. 미카즈키는 그들의 모습을 그저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정말 연장자 답게 웃어보였다. 이치고는 여전히 단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아마 주인님한테 갈 수 있게 되면 자신부터 데려가달라고 요청하는 듯 보였다. 그것을 그는 한 명 한 명 달래주고 있었고, 야겐은 이마를 짚고 있었다.
"그 정도면 주인을 만나러 갈 때 주의사항도 있을 것 같은데?"
"정답."
카슈는 웃으며 장난스레 미츠타다를 가리켰다. 그가 이렇게 웃고 있는 이유 조차도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들어 주인에게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임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다. 그랬기에 그 장난에 모두가 웃어주었고. 그들에게 현 주인은 알게 모르게 이미 그들의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혼마루에 온 사니와라고 해서 모두 그들에게 주인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들 전원에게 쉽게 주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녀의 맑고 깊은 영력이 그녀가 혼마루에 발을 들이자마자 공기마저 맑게 변하게 해버렸으니까.
어흠, 하고 카슈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먼저, 주인의 방에 갈 때는 문 앞에서 누군지 말하고 들어갈 것. 그리고 반드시 무장을 전부 해제하고 갈 것. 원정을 다녀온 결과라던가 출진의 결과라던가 보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정말 급할 때. 가령... 그래, 적들이 혼마루에 들어왔을 때?"
"그럴 때는 진짜 급할 때잖아, 키요미츠..."
야스사다가 기운빠지는 듯 말하였다. 아하하, 그렇네. 카슈는 그저 웃어보였다. 실제로 주인에게는 그 정도가 아니면 무장을 하고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했으니까. 그렇지 않았다가는... 그녀가 지금보다 더 경계하고 두려워 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룰이 필요했다. 무장을 하지 않고 만난다는 룰이. 순간 카슈는 그들이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이곳에서 이러날 일이 없었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주인의 허가 없이 주인을 건드리지 말 것. 주인이 쓰러졌어도 마찬가지야. 쓰러졌다면 나랑 야만바기리를 반드시 불러. 꼭 건드려야한다면 반드시 의사를 물어볼 것. 이 정도만 지켜준다면 괜찮아."
모두가 명심하듯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는 알고 있는 듯 보여 카슈는 살짝 안심했다. 주인은 지금 좀 어떨려나. 하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니 가보지 않겠는가? 하고 미카즈키가 옆에서 웃고 있었다. 아마 주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이겠지. 그는 잠시 고민했다. 괜찮을까? 물론 주인이 괜찮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리고 고민은 잠시였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어차피 보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같이 갈래, 미카즈키?"
"음? 나도 말인가? 좋지."
그럼 시간도 늦었으니까 다들 해산하자. 해산. 카슈가 손벽을 짝, 하고 소리나게 치며 외쳤다. 그제서야 피곤함을 느낀 도검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야스사다는 카슈를 보며 늦지 않게 오라며 웃었고 카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웃어보였다. 미카즈키와 카슈, 둘만이 남은 대련장에 미카즈키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모두에게 숨기고 있는 것을 이 할애비에게도 알리면 안 되는 건가?"
"......"
카슈는 여전히 미소를 띠우고 있는 미카즈키를 보더니 "아아, 역시 들켰나." 하고 장난스레 말하였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눈치 챘어도 안 알려줄 거야. 하고 씩 웃었다. 미카즈키는 동시에 그가 말하지 않는 부분이 주인의 가장 큰 부분이자, 야만바기리 역시 모르고 있을 것이란 묘한 확신이 생겼다. 그랬기에 그렇구나. 하고 웃어넘길 수 있었다. 초기도인 그의 판단이 주인에게 있어서 나쁜 일로 흐르지는 않을 터였으니까.
본채의 대련장에서 나와, 별채로 향했다. 조용한 것을 보아하니, 아직 저들의 주인은 깨지 않은 듯 보였다. 깼다면 적어도 이렇게 얌전히 별채에만 있을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아마 야만바기리에게 안긴 채로 대련장으로 왔거나 했겠지. 카슈는 살짝 안심이라는 듯 숨을 내뱉었다. 별채의 2층, 가장 꼭대기에 올라가, 가장 안쪽에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카슈. ......미카즈키까지?"
"이 할애비가 주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어서 말이야. 하하하."
"주인은 좀 어때?"
"지금은 아까보다 많이 안정되어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