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物語

死と月

Siyina 2018. 3. 7. 20:36

* 미카즈키 무네치카 x 코하루 (창작 사니와, 드림주)

* 죽음 관련 소재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해질 무렵 어느 날 / 이해인 中




......눈 앞에서 붉은색의 무언가가 흩뿌려진다. 그 모습을 그대로 보고,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닌, 주인을, 사니와를 부르는 소리가.


"정신차려, 미카즈키!!"

"...츠루야."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어떡해!!!"


사니와라는 직업은, 역사수정주의자들에게 노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지키려 노력했다. 웬만해서는 다른 곳에 가지 않도록 주의도 시켰다. 그런데,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혼란? 그런 가벼운 단어로 지금 이 상황을 정돈할 수 있을까. 웃음이 비죽 튀어나왔다. 인간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 같은 건 알지 못한다. 유일하게 알고 있다고 한다면 야겐 토시로, 그 아이가 적격이었으나 하필이면 그 아이는 현재 혼마루에 있지 않았다. 원정을 나간 상태였기에.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2부대와 3부대가 원정을 나간 상태에 혼마루에 돌입했다. 그리고 야겐 토시로는 그 부대에 포함되어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녀를 빠르게 대피시키는 것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 역시 상당히 강한 편에 속하니, 나 하나가 빠진다고 전력에 구멍이 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구멍을 메워주겠지. 나는 츠루에게 주인을 안전한 곳에 피난시키고 오겠다 전한 후, 본채의 가장 깊숙한 곳, 본래의 사니와들이 머무는 방에 도착했다.


"주인."

"...미카즈키."


항상 깨끗했던 그녀의 옷 마저 먼지로 상당히 더러워져 있었고, 그녀가 항상 쓰고 다니던 베일은 이미 갈라진지 오래였다. 그녀와 눈을 맞춰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정말이지, 어여쁜 동백꽃이었다. 개인적으로 본 적은 몇 번 있었으나, 그녀가 먼저 보여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굳어 있으니, 볼 위에 무언가가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품에 고정시킨 후, 한 손으로 볼을 만져보았다. 물기가 묻어 나왔다.


"이럴 때, 미카즈키가 우는 모습이라니... 새롭네..."

"더 이상 말을 하지 마려무나. 그러다 정말 죽어버리면 어쩌려 그러누..."


사실 단도나, 협차에게 당한 것이라면 어느정도는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당한 것은 하필이면 대태도였고, 창이었다. 살 가능성은 희박했다. 알고 있지만, 놓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여린 아이를 고생만 시키고 보낸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다른 이들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말을 아끼라고 하고 싶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말은 듣지도 않는 못난 손녀 같았다.


"현세에, 가봤자... 아무도 없는데...... 여기는 나만 봐주는 이들이 있으니까, 굉장히, 기분 좋았어..."

"주인. 더 이상은."

그녀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나, 걱정이 있어... 미카즈키가, 내가 이렇게 된 거... 자기 탓, 이라고 자책하지 않을까, 하는 거......"

"제발 그 이상은......"

"내가, 뛰어들어서 그런 거니까...... 미카즈키 탓이 아니야..."


그러니까, 원망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죄책감 가지지도 말고. 그렇게 지금처럼 있어줘.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틀린 것은 아닐 터였다. 그녀라면 분명 그렇게 말하고도 남았으니까. 그녀의 눈꼬리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졌다. 그녀를 받치고 있던 손은 피로 끈적해졌다. 그녀를 안고, 한참을 울었던 것 같았다. 모두가 눈치챘을 것이다. 그녀가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것 정도는. 아마 원정을 나간 이들 모두도 눈치를 챘겠지. 황급히 돌아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이들을 일일이 신경 써줄 수 없었다. 아가, 아가야. 그녀를 그저 부를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가...... 어찌 이 할애비를 두고 이렇게 가버리는 게냐... 돌아와서 이 할애비를 좀 달래주렴...... 평소처럼, 달래줄 수 있지 않으냐..."


당연하게도, 그녀가 답할 일은 없었다. 바깥은 정리가 된 것인지 다른 이들이 몰려와 있었다. 단도들은, 아가들은 울고 있었고. 나의 볼에는 여전히 차가운 물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아, 정말 인간의 목숨이란, 너무나도 작고 연약한데... 하늘은 어찌하여 이 여린, 어린, 작은 아이를 이렇게 고생만 시키고 데려가나이까.

하늘이, 원망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