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 → 사니
* 창작 사니와 (드림주)
야겐은 주인을 안아든채 성큼성큼 걸어가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로 건강 상태에 관한 종류였으며, 야겐은 정말이지 훌륭한 의사라 할 수 있었다. 다른 도검들이 보았다면 어째서 그녀가 정화를 하러 갈 때 야겐을 가장 먼저 정화하려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물론 그녀의 초기도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여태까지 건너온 혼마루가 몇인데 그것을 모를 것 같냐며 화를 낼 것 같을 정도로 정말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그가 나쁜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저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식사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인스턴트로..."
"얼마나? 제대로 된 식사는?"
"하루에 1/3......?"
그러고는 그녀는 한 적이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제대로 된 식사라 한들 대부분 인스턴트를 주문하여 그 날 먹을 것만 데워놓고 먹은 것이기에 제대로 된 식사는 이곳에서 한 것이 굉장히 오랜만에 한 것이었다. 야겐은 미간을 좁히고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었다. 그렇게 찌푸리면 주름 생겨요. 야겐의 미간을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펴며 작게 말하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먹는 약은 있어?"
"으음... 없어요."
"요즘 기억력은 어때?"
"으음......"
조금 안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렇구나. 야겐은 가볍게 답하고는 어느 방의 문을 열었다. 어제, 해열제를 만들기 위해 들어왔던 약재를 모아두던 방이었다. 물론 야겐의 개인적인 연구실도 되었다. 이전 주인이었던 사니와가 만들어주고 간 것이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마지막 선물이었지만 다르게 보자면 현 주인인 그녀의 상태를 어림짐작 하고 있던 사니와가 만들어준 공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야겐은 이 공간을 거리낌 없이 마음껏 사용하기로 했기에 여태까지 모아두었던 약재들을 전부 옮겨두었었다. 그것이 지금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는 그녀를 큰 책상 앞에 놓여있는 여러 의자 중 하나에 앉혀주고 약재를 이리저리 꺼내보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대장, 지금 영양실조일 수도 있어."
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순간 따라가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말이냐 되물었다. 야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애석하게도 아까와 다를 것 없이, 영양실조일지도 몰라. 라는 것이었다. 사실 다른 혼마루의 야겐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야겐은 시대가 시대이기에 현대의 질병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대체로 좋은 사니와를 만난 야겐은 현세의 의학지식이 굉장히 풍부했다. 그것은 극을 달 수록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이곳의 야겐, 그러니까 그녀가 현재 물려받은 상태의 야겐은 극은 달지 못했어도 특은 달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 얌전히 따랐다. 아무래도 당분간 식사는 인스턴트라던가 요거트 같은 것으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정화의 일이 없어도 식사를 제대로 한 적은 없었지만.
'당분간은 제대로 된 식사일려나...'
그래봤자 죽일 것이 뻔했지만. 하고 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입 안에서 중얼거렸다. 야겐이 무언가를 만들며 잔소리를 하고 있음에도 그녀는 굉장히효율좋게 능숙하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령, 아까 호박죽 향 나던데 먹고 싶다. 라던가. 야겐은 무언가를 그녀의 손에 꼭 쥐어주며 반쯤 무릎을 꿇고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라고 해도 그녀의 눈에는 베일이 씌워져 있었기에 직접적으로 마주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시, 그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이거, 영양제야. 그러니까 적어도 밥 먹고나서 꼭 마셔. 알았지?"
"...네에."
착하다. 나이차 얼마 나지 않는 오라비처럼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어째서 야겐이 단도들 중 가장 맏형으로 불리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는 정말 다정했다. 다정함이라고는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만 느껴보았던 그녀가 느끼기에도 다정했다. 이런 것이 다정함, 이었나?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 정도였다. 초기도들도 다정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보호자에 가까웠으니까.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스쳐 지나갔다. 콘노스케에게 보고 받아야 되는데. 그녀는 결국 눈을 두어번 깜빡이고는 야겐에게 조심스레 부탁을 말하였다.
"그, 야겐. 아까 식당으로 데려다 줄 수 있어요...? 애들이 다른 분들하고 잘 지내고 있을지가 걱정이라..."
"물론. 대신 나도 이젠 대장의 검이니까 나한테도 편하게 반말로 해줘. 대장한테 존댓말로 들으면 뭔가 묘해져서 말이야."
"앗, 그, 네에......?"
아, 아니. 응. 그녀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웃더니 아까보다는 훨씬 안정감 있게 그녀를 안아들고는 방 밖으로 나왔다.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모습이 다른 이가 보았다면 꼭 막내를 대하는 오빠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런 상상을 한 것인지 작게 미소를 지었고, 야겐은 그 미소를 보며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더 웃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심 감추었다. 일단 저 미소는 둘을 제외하고는 아마 최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만의 비밀로 해두기로 했다. 와중에도 그녀의 영력은 너무도 깨끗하고 깊어, 가까이 있기만 해도 치유되는 느낌이 강했다. 아아, 이래서 그 둘이 이렇게 싸고 도는 건가. 야겐은 홀로 깨달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슨 할 말이 있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저었다.
한 편, 식당은 여전히 고요했다. 침묵이 가득했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뭐 잘못한 거 있나? 없을 걸. 대충 이런 내용이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이 말한 것이 충격적이었다는 소리며, 그들이 그녀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미츠타다는 멍한 표정으로 식은 차를 따뜻하게 다시 우려내고 있었다. 츠루마루는 이런 놀라움은 필요 없는데. 라며 드물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단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협차 중 일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물론 호리카와는 이즈미노카미를 달래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가 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하다 생각 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나이에 그런 일을 시작했음에도 잘 자라주었다 칭찬해야 맞는 일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카센의 주변에 모여들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의 험담은 아니었다. 험담은 험담이었지만... 오히려 정부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카슈와 야만바기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물론 그것을 본 이는 그녀와 함께 식당에 들어오던 야겐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녀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차를 다 끓인 미츠타다가 새로운 유자차를 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했다. 할 말을 찾으려는 건지, 우물쭈물 하는 것 같더니 결국 카슈의 옷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초기도의 특권이라는 걸까, 카슈는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정말이지, 너무도 잘 알아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상황이었을 뿐. 조금은 제대로 얘기해줘도 이 녀석들은 기뻐할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의 성격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 것까지가 마지막 그녀의 용기라는 것을 알기에 들어주는 것이었다.
"에- 우리 셋은 별채 2층의 가장 안쪽 방에 있을테니까 용건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도 좋고, 따로 공지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출진도 원정도 없으니까 편하게 있으면 돼. 아마 이건 우리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시간을 주려는 것 같은데... 정부가 괜히 블랙 정부가 아니니까, 너무 긴 휴가는 기대하지 마. 그러면 이걸로 끝."
카슈는 그녀를 안아들며 "심심하면 놀러 와도 돼. 그래야 우리가 익숙해지잖아?" 하고 덧붙이고는 대충 인사를 건네고 식당을 나왔다. 아니, 나오려고 했다.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만 아니었다면 진즉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던 것은 들려온 목소리가 현 혼마루 내에서 가장 연장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정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본인 주장으로는 그랬다.
"아가. 그동안 잘 참아왔다. 훌륭히 자라주어 내가 고맙구나."
"맞아요! 잘 참았어요! 이제 괜찮아요! 우리가 지켜줄게요."
조용히 일어나며 미카즈키는 그녀를 향해 다정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뒤에서는 이마노츠루기가 방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카슈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미카즈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부끄러워서 그래. 하고 입모양으로 이야기를 한 후, 식당을 나섰다. 물론 그들이 나가자, 식당 안에서는 산죠 도파에 대한 야유가 쏟아졌다. 어떻게 젊은 애들을 뒤에 두고 나이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인에게서 점수를 따려느냐, 새치기는 안 되는 거 모르냐 등등 대부분 아와타구치 도파의 목소리였다. 물론 이치고의 목소리는 섞여있지 않았지만. 이마노츠루기와 미카즈키는 그저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물론 종종 이마노츠루기 쪽에서 "주인님이 그렇게 좋다면 먼저 점수를 땄어야죠!" 하고 다른 단도들을 도발하는(?) 말을 한 탓에 소란은 줄어들 기세가 보이지 않았지만.
식당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카슈는 한 쪽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는 그녀의 뒷통수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기분이 어때? 모르겠어. 그의 질문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카슈의 목에 팔을 두르고 꼬옥 껴안을 뿐이었다. 이렇게 환영 받은 것이 얼마만인지도 몰랐다. 아니, 처음인 것 같았다. 그녀는 여태까지 재액을 정화하는 일을 해왔었고, 그럴 때마다 모두가 하나같이 그녀를 반기지 않았으니까. 무관심은 오히려 그녀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없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환영을 받아버리면 그녀는 도저히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다만 여태까지 둑으로 막아두었던 것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카슈와 야만바기리, 콘노스케는 그 현상을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별채에 도착하자 그녀는 이미 한참 소리를 죽여 울다 지친 건지 잠들어 있었다. 능숙하게 카슈는 항상 갖고 다니던 손수건에 그녀의 방에 조그맣게 딸려 있는 화장실에서 물을 묻히고는 베일을 벗겨, 눈가를 닦아주었다. 아마 정부 쪽에서는 담당자가 깨나 힘을 쓰고 있을 것이었다. 그녀의 담당자는 그녀의 사정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이였으니까. 사실 그녀의 과거를 아는 카슈의 입장에서는 그 담당자와 한 판 하고 싶었다. 진검으로 하는 대련이라던가. 그도 그럴 것이, 그녀를 이런 일에 끌어들인 것이 그 담당자였으니까! 다만 그런 일을 했다가는 그녀가 그 누구보다 슬퍼할 것을 알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녀가 나아지고,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꾹꾹 눌러담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때보다 굉장히 잘 지켜지고 있었다. 카슈와 야만바기리, 콘노스케는 서로를 비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정부의 시스템을 갈아엎어보자. 이전에 했던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